2009. 5. 28. 19:44ㆍ캄보디아에서 들려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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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연합뉴스) 이치동 기자 =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다음달 1∼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과 애정을 표시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23일 프놈펜에서 11㎞ 남쪽에 있는 자신의 관저에서 두시간여 한국 언론과 만나 1997년 당시 북한과 관계를 중시하던 자국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의 반대 속에서 한국과 재수교를 성사시킨 것을 떠올리며 "한-캄보디아 관계의 비약적 발전으로 나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에 대한 애정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개인적 인연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 8년간 훈센 총리의 경제 고문을 역임했다.
훈센 총리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다음은 훈센 총리와 일문일답 요지.
-- 다음달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캄보디아의 역할과 기대하는 바는.
▲ 아세안 10개국 모두가 한국에서 정상회담 하는 건 처음이다. 특히 한-아세안 대화수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더 큰 의의가 있다. 캄보디아는 한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는 나라 중 하나다. 캄보디아가 한국과 아세안을 연결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캄보디아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재수립하지 않았다면 이번 제주도 정상회의에서도 캄보디아를 제외한 9개국만 참여했을 것이다. 캄보디아를 제외한 9개국만 참석해서 '부족한' 회담이 됐을 것이다. 정상회의에서 여러 성과를 기대한다.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 유지했지만 이번 특별정상회의 뒤엔 캄보디아와 한국이 좀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한다.
-- 1997년 한국-캄보디아 재수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소회는.
▲ 캄보디아와 한국이 외교관계를 재수립한 것에 모든 캄보디아인이 자부심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큰 자부심 느끼고 있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당시부터 한국, 북한과의 동등한 외교관계 수립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의 많은 다른 지도자들은 북한을 의식해 강하게 반발했다. 1996년 캄보디아와 한국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당시 태국주재 한국 대사관 통해 비밀리에 활동을 시작했다. 결국, 양국 간 대표부를 설치했고 1년 후 대사급 외교관계로 격상시켰다.
불과 1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투자, 관광, 문화교류, 직업교육, IT 분야, 건축, 금융, 항공 등 8개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캄보디아 국민이 가장 큰 이익을 보았다. 캄보디아 국민을 대신해서 다시 한 번 한국에 감사드린다. 12년간 한국과의 관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외교관계 재수립 과정에서 반대했던 지도자층에서 많은 비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반대한 사람들이 지금은 나를 지지한다.
-- 한국의 새마을운동 등 경제발전 모델 도입한 이유와 투자 측면에서 캄보디아가 가진 장점은.
▲ 캄보디아의 경제발전을 위해 여러 사례를 연구했다. 그 중 한국이 캄보디아와 유사한 점 있다고 느꼈다. 한국은 전쟁 후에 빈손으로 일어선 나라이고 캄보디아 역시 내전 후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델을 많이 따랐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을 도입하는 데 한국이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
가난과 같은 어려운 경험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캄보디아의 개발을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한국기업의 투자를 기대한다.
--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데 이 대통령과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이명박 대통령과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긴밀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2000년부터 취임 전 8년간 경제 고문을 지냈다. 이런 관계를 돌이켜보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또 다른 특별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가 우호적 관계인데 이보다 더 친밀한 관계가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 부인과 아이들도 좋아해 우리 집에서 일상적 음식이 되었다. 한국 투자가 증가하고 관광객도 증가해 캄보디아에 한국 식당이 많아져 김치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 김치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제주도 방문 전에 한-캄보디아 관계 성공을 위한 노력에 한국 국민께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한국 정부의 많은 원조에 감사드리고 양국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 북한과의 외교 문제는 특별한 성격을 가진 문제다. 북한과 외교할 때는 특별한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나라도 있고 어떤 나라는 6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전세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회담을 거듭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 캄보디아 현대사의 산증인이신데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 캄보디아인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지난 30년간 캄보디아의 역사는 훈센 총리와 연결된 역사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크메르루주 정권 붕괴 과정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크메르루주 정권 관련 재판도 그렇다. 캄보디아의 평화유지를 위해 일종의 포용정책을 써왔다.
외교정책 중에서는 아세안 가입과 한-캄보디아 외교관계 수립이 큰 성과였다. 지도자로서 잘못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땐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 지금까지 모두 4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고 2차례 군대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최근에는 한 달 전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문제와 관련해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에 대해 군대에 사과했다.
-- 캄보디아의 장점은.
▲ 우선 농업 분야다. 비옥한 농지에 반해 기술력이나 자본이 많이 부족하다. 농산품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식량부족이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어 캄보디아에 좋은 기회가 된다고 본다. 벼농사뿐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 대해서도 잠재력이 있다. 또한 가축, 어류양식, 인프라 구축, 도로, 항만, 전기, 설비 분야에 대한 투자도 기대한다.
-- 애연가라고 들었는데 건강관리와 집무 이외의 취미생활은.
▲ 손자, 손녀들과 있을 때와 국제회의장에 있을 때는 담배를 멀리한다. 현재까지 금연을 위해 몇 번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현재 업무가 매우 많다. 취미생활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축구와 배구를 한 적이 있었다. 2000년부터는 골프에 취미를 붙이고 있다. 캄보디아식 바둑이 있는데 14세 때 절에서 생활할 때 배웠다. 바둑 안에는 정치와 관련된 비결이 숨어 있다. 외교관계를 맺고 단절해야 할 때가 있다. 바둑은 '윈-윈(win-win)' 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캄보디아내 좋은 식당이나 호텔은 잘 모른다. 대신 국민의 농사나 실생활은 훨씬 자세하게 알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나보다 더 캄보디아 농민들의 생활을 더 잘 아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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