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업에 ‘코리아’ 열풍 거세다

2009. 11. 12. 19:54자유 게시판

주요 산업에 ‘코리아’ 열풍 거세다
‘경제한류’ 현장 캄보디아를 가다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Tonle Sap Lake)는 아시아 최대 담수호로 건기에는 크기가 국토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우기 때는 물이 불어나 15%까지 늘어난다. 수도 프놈펜은 메콩강과 톤레삽강, 바삭강이 도시를 관통하는데 우기에는 메콩강과 바삭강의 수위가 높아져 톤레삽강은 반대로 역류한다.
결국 이 물이 모이면서 톤레삽 호수의 면적이 커지는 것이다.

캄보디아엣는 요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 젊은이들을 길거리에서 자주 볼수 있다.
프놈펜 최대 번화가 무니몽 거리는 변화하는 캄보디아의 경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톤레삽 호수는 캄보디아인들 삶의 터전이다. 호수의 범람으로 주변 토지는 비옥함 그 자체다. 주변에 사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건기 때 물이 빠지면 호수에 벼를 심고 정확히 6개월 후 우기가 찾아오기전 수확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왔다. 벼를 자라게 하는 것은 오로지 자연의 몫이다.

이처럼 캄보디아는 벼농사에 있어 최적의 기후 조건을 자랑한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상 27도를 웃돌고 국토의 70%가 평야다. 건기와 우기가 6개월씩 교차하지만 워낙 강수량이 풍부한 까닭에 캄보디아는 동남아 최대 곡창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조건만 놓고 보면 3모작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겉으로 봐선 수자원이 풍부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캄보디아는 관개시설이 전무해 하늘이 엄청난 풍요로움을 선사해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2모작도 버거워 한다. 비가 와 톤레삽 호수가 불어나도 몇개월이 지나면 상당수 증발해 버려 늘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의 90% 이상은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해 전력 생산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꿈같은 일이다.

지난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메콩강 주변 28개 지역에 7252㎿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립하기로 한 것에 캄보디아 정부가 크게 반가움을 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인 주택의 전기 보급률이 20%를 밑도는 등 전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캄보디아로선 발전소 건립을 경제 도약의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다. 발전 설비 부족으로 전력 생산 원가가 우리나라의 2배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수력발전소 건립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기대감은 엄청나게 크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우리 중소기업 경안전선의 합작품이다. 경안전선의 명성은 국내보다 캄보디아 현지에 더 알려져 있다. 특고압 케이블, 전력통신 광케이블 생산 업체인 경안전선은 15년 전인 1994년 캄보디아에 진출해 KTC케이블과 시엠립 호수 골프클럽, 전화·인터넷 통신사인 카민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이 기업은 지난 2006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이곳에서 600여 가지 전선을 생산하고 있다. 프놈펜 공장에서 설립된 제품들은 캄보디아에서 전량 판매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안전선은 국영 전력회사 ECD와 공동으로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잇는 900만 달러짜리 배전망 사업을 진행 중이며 캄퐁 톰 지역 배전 사업에 대한 타당성도 검토하고 있다. 프놈펜과 시엠립 구간을 비롯해 3개 구간의 송전망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전력 생산에서부터 송배전 모두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4월 공장 준공식에는 이례적으로 훈센 총리가 참석해 공장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으며 행사 2시간 전 과정이 현지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KTC 캄보디아 공장 김태근 법인장은 “시엠립 인근 웨스트바라이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정수 처리한 뒤 하루 2만 톤의 수돗물을 1만여 가구에 공급하는 상수도 공급 계약을 맺고 현재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캄보디아 6개 지역에 종합미곡처리센터를 세우는 등 앞으로 5년간 전국에 40여 개의 정미소를 건설해 이곳에서 도정된 쌀을 이웃 베트남과 태국으로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현지에서 생산, 유럽 수출

캄보디아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2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경제 규모가 우리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유엔이 정한 HPI지수(Human Proverty Index:1일 1달러로 사는 인구비율)가 2007년 기준 30.1%다. 2004년 34.7%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졌지만 지역·계층별 부의 불균형으로 여전히 최빈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캄보디아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 내수 경기를 살릴 처지도 못 된다.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는 사실상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 인근 동남아 국가들이 외환 송금 등 여러 가지 부문에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야 자국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훈센 정부는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캄보디아 경제에 가장 먼저 불을 댕긴 것은 건설·부동산 시장이다. 외국인의 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오피스·호텔 등 부동산 시장 수요를 키웠고 이것이 프놈펜과 시엠립 등 주요 도시의 땅값과 집값을 끌어올렸다. 그나마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경안전선이 국가 기간산업을 짊어지고 있다면 무학소주 자회사인 MH에탄올은 이 나라 중화학 공업을 책임지고 있다. 규모는 물론 시설 면에서 가장 현대적인 에탄올 생산 공장을 우리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밀·옥수수 등을 발효해 정제한 에틸알코올(에탄올)로 식물에서 연료를 얻기 때문에 가솔린·디젤연료와 달리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단독 또는 가솔린에 혼합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브라질은 전체 차량의 70%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MH에탄올은 사탕수수 대신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는 다년생 뿌리식물 타피오카(카사바)에서 에탄올을 추출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타피오카는 전분 함량이 높아 식품·사료 원료로도 애용되고 있다. MH에탄올은 프놈펜에서 15km 떨어진 칸달주에 10헥타르(ha) 규모의 공장을 지난해 11월 준공, 하루 120㎘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 밖에 바탐방과 캄퐁참 등지에 원료 창고들을 신설했고 시아누크빌 항구에 3만800㎘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 탱크를 신설, 운영 중이다. 타피오카 재배는 캄보디아 농업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태국과 베트남의 접경 도시인 바탐방과 캄퐁참은 타피오카를 내다파는 농민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연료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HM에탄올은 8000ha의 타피오카 농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전체 생산량의 10%를 수매해 캄보디아 농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도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벙칵호수(Beoung Kak Lake) 부근에 캄보디아 최대 규모로 짓는 신도시 캄코시티는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동산 프로젝트다. 꼬불꼬불한 프놈펜 시가지 4차로 도로를 따라 현장으로 가다보면 탁 트인 8차로 도로가 시작되는데 이 일대가 바로 우리나라 한일건설이 시공하는 캄코시티다. 20억 달러를 들여 2018년까지 6단계로 개발되는 캄코시티는 바로 앞 벙칵호수 일부를 매립한 뒤 개발해 대지 면적만 119만6457㎡(35만9975평)에 달한다. 현재 아파트 타운하우스와 빌라를 포함해 1009가구를 짓는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82가구 타운하우스만 올 4월에 입주했을 뿐 나머지 사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 경기 위축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한일건설과 시행사인 월드시티는 경기가 회복되면 공사를 재개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형 신도시’ 프놈펜 외곽에 건설

한일건설이 프놈펜의 번화가 무니몽, 시아누크 거리에 짓는 골드타워42도 현지에서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42층 규모로 오피스·아파트·상가 등이 들어선 캄보디아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상가·오피스 부문은 분양이 완료됐지만 아파트 부문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한일건설의 골드타워 42현장(위)과 MH에탄올 공장(아래)
한일건설 허순도 상무는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프놈펜 시내 비슷한 프로젝트 상당수가 취소돼 오히려 앞으로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면서 공사 진행을 낙관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건설사 현대엠코도 프놈펜시 관광청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2층 규모로 오피스 빌딩을 짓고 있다.

중고차 수출 업체인 KH모터스는 캄보디아 3대 기업 중 하나인 LYP그룹과 공동으로 코콩주 경제특별구역에 캄코모터를 설립하고 생산 공장을 신축 중이다. 올해 말까지 조립 공장을 완성해 현대차 일부 모델을 현지에서 조립 생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캄보디아 정부와 수입관세 등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동아원이 지분 40%를 보유한 코지드는 옥수수 주산지 바탐방 지역에 10ha 규모의 곡물 건조 시설을 건립 중이다. 코지드는 앞으로 3년 동안 450억 원을 투자해 파일린, 칸달, 시아누크빌에 곡물 건조 시설과 저장 시설 등을 증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누마데 김병준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0.5%에서 9월 마이너스 2.75%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캄보디아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제2의 베트남’ 이라는 환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도 “다만, 침향으로 대표되는 조림 산업과 화훼 산업은 자연조건이 뛰어나 유리하며 임대주택 사업, 민간 투자(BTO) 방식의 민자 사업 등은 수요가 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이명박 대통령 방문 기간 중 캄보디아 정부는 우리 정부와 제주도의 1.1배 크기인 20만 ha에 대규모 조림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