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지방을 여행하다보면 ‘초록의 향연’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호수를 녹색으로 무성히 매워 자생하고 있는 연과 연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국토가 대부분 저지대이며, 우기철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물이 고여 있는 호수가 발달해서 이처럼 연이 지천에 널려 있는 듯하다. 연은 캄보디아어로 ‘축’이라고 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과 정신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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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연꽃은 순수한 몸과 마음을 상징한다. 왜냐하면 연꽃은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하는 연못과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전혀 얼룩지지 않으며 정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불자가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선행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캄보디아 사람들이 절에서 기원을 할 때는 항상 합장으로 연꽃을 들고 순수함을 표현한다.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캄보디아어로 ‘끄로압 축’이라고 말하는 이 열매 안의 연씨(‘연밥’이라고도 불린다)는 모든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간식거리이다. 연밥은 날로 먹기도 하는데 맛이 고소하며 아삭아삭하기에 씹는 맛이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연밥을 삶거나 볶아서 후식 등 다양한 요리를 해 먹는데, 그 중 ‘깔링 축’이라고 하는 ‘연밥 볶음’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즐겨먹는 심심풀이 땅콩이다. 특히 연씨 가운데 있는 녹색 알갱이는 혈액순환을 돕고 고혈압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고 있어 이 부분의 성분을 추출해서 말린 후 약재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연은 요리 재료로도 다양하게 쓰이는데 ‘끄러아으 축’(어린 연줄기)과 ‘머음 축’(연근)이 대표적이다. ‘끄러아으 축’은 썸러 머쭈(신 국)을 끓일 때 야채로 넣거나, 돼지고기 등 고기와 함께 볶아 먹기도 하며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처럼 연근을 먹기도 하는데, 다른 야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자주 먹지는 않지만 건강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연잎은 음식이나 밥을 싸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비닐봉지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환경보호 차원의 친환경 소재로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연은 캄보디아에서는 정말 제일 흔하디 흔한 식물이다. 그러나 요리재료가 되고, 간식거리가 되기도 하며, 생활용품으로도 쓸 수 있고, 때론 캄보디아 사람들의 염원을 담기도 하니 정말 단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귀중한 캄보디아의 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