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학살자 추적 다큐멘터리 화제

2010. 8. 8. 12:55자유 게시판

'킬링필드' 학살자 추적 다큐멘터리 화제

 




(프놈펜 AP=연합뉴스)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지도자들이 전범재판소에서 속속 단죄를 받는 가운데 일선에서 수백, 수천명을 직접 살해한 학살자들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와 '킬링필드'의 참혹한 실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캄보디아 일간지 프놈펜 포스트의 기자인 텟 삼바스는 10년간 캄보디아 농촌을 샅샅이 훑어 학살자들을 찾아내는 여정을 다큐멘터리 영화 '인민의 적'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에서 텟이 찾아낸 소운이라는 당시 민병대 지휘관은 지금은 녹색의 논이지만 과거 자신이 살해한 시신들이 쌓여있던 곳을 가리키면서 "내가 사람을 죽였던 이 곳으로 돌아왔다. 끔찍한 느낌이다. 내가 저지른 모든 짓들이 내 마음속을 스쳐지나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 중 하나는 텟의 요청으로 소운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재연한 것으로, 소운은 엎드려 누워 있는 사람의 등 위로 올라가 머리를 위로 당긴 뒤 칼을 목에 대고 긋는다.

"사람을 이렇게 잡아야 그들이 비명을 지르지 못한다. 때로는 사람 목을 너무 많이 그어서 손이 아파 목을 찌르는 식으로 바꾸기도 했다"고 소운은 털어놓았다.

소운은 또 한 미모의 여성 재단사가 자신의 무릎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마음이 끌려 자신과 함께 살겠느냐고 물어봤지만 윗 사람이 재촉하는 바람에 그녀를 찌르고 시체더미로 던져버린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강해지기 위해 희생자들의 쓸개즙을 마신 이야기까지 털어놓은 소운은 결국 "내가 아는 학살자들을 모두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텟은 소운의 도움을 받아 다른 학살자들과 그 위에서 소수민족과 배신자 또는 베트남 첩자로 의심되는 자들에 대한 처형 명령을 내린 자들을 찾아내서 그들이 부인과 자식에게도 감춰왔던 진실을 고백하도록 설득한다.

이렇게 지휘계통을 따라 올라갈수록 확실해지는 것은 농촌에서 학살을 수행하라고 크메르루주 핵심 고위층이 내린 '최초 명령'은 아마도 없었고, 그보다는 각 지역 책임자들과 그 바로 위 관료들이 추상적인 정치적 명령을 그렇게 해석했다는 사실이다.

42세의 텟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그 자신의 가족이 크메르루주에 희생된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텟이 어렸을 때 크메르루주가 소집한 공개 회의에서 가축 등 개인 재산을 몰수하자는 계획에 반대하자 칼에 찔려 살해됐고, 어머니는 크메르루주 민병대원과 강제로 결혼한 직후 임신해서 출산하던 도중 숨졌으며 형제도 살해됐다.

텟은 "우리가 그들을 찾아내 진실을 고백하면 기분이 나아졌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곧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는 이 이야기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현재 미국에서 제한적으로 배급되고 있으며, 배급사에 따르면 올 가을에는 상영 영화관이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